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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일상

<Bucket list in 2021>

by 수제햄버거 2021.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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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2월 말에 무슨 버킷리스트? 이런 건 1월에 써야 하는 거 아닙니까?
2. 어서와 2021년
3. 아무튼 인생은 흘러간다.

 

Part 1. 2월 말에 무슨 버킷리스트? 이런 건 1월에 써야 하는 거 아닙니까?

Part1.1) 나의 2020년 첫 단추

2020년, 전 세계의 사람이 힘든 한 해였다. COVID-19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경제는 마비되었을 뿐 아니라 우리 생활은 이전과 현저하게 달라졌다. COVID-19의 영향 때문일까? 나의 2020년도 혹독하게 추웠다. 2020년은 나에게 평가의 해였다.

COVID-19가 생기기 전의 나의 2020년 계획은 해외 연수였다. 거창한 계획이 있던 것은 아니고 단지 영어로 더 유창하게 말하고 싶었고, 해외에서의 생활이 궁금했다. (대구에 사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팔자 좋은 이유로 나는 여러 유학원을 알아보며 해외연수 준비를 했었다. 이때 당시의 가장 큰 후회는 “아 교환학생으로 학교에서 보내준다 할 때 갈 걸!" 정도였다.

COVID-19이 발병하고 처음엔 메르스 정도인 줄 알았다. 혹시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설마 못 가겠어?”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고, 그 소식 중에 나한테 좋은 소식이 단 한 개도 없었다. 1~2달 정도 고민을 하다가 해외에 나가있는 친구들 마저 접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연수 계획을 접었다.

Part 1.2) 내 인생 어디로 가는 거지?

몇 달을 준비해오던 과정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 이후부터 나의 2020년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당장 취직 준비나 대학원 입시를 준비해놓은 것도 아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때문에 경제도, 다른 여러 인턴십들도 전면 중지된 상황이었다.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린 채로 헤매는 동안 주변 친구들은 각자의 자리를 찾아갔다. 원하던 기업에 취직한 친구들, 원하는 연구를 위해 랩실에 들어가 지식을 쌓는 친구들을 보며 이것저것 찔러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블라블라.. 저는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 블라블라..” 여러 대학의 교수님들께 컨택 메일을 보냈다. 그럴듯한 간판에 들어본 듯한 연구 주제면 모두 컨택 메일을 보냈다. 동시에 대기업 코딩 테스트와 면접 준비를 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엔 대학원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고, 대학원을 준비하는 동안엔 취업에 마음이 기울어져있는 생활을 지속했다.

세상의 평가는 냉혹했다. “이 정도면 그래도..” , “혹시 운 좋게 구멍이 나진 않을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희망을 품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20통이 넘게 보낸 컨택 메일들은 대부분 답장도 받지 못했고, 몇몇의 답장에는 정중한 거절 의사가 쓰여 있었다. 직무에 있어서 강점이 없던 취직도 뜨거운 합격을 맛봐야만 했다.(심지어 AI 직무로 썼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뽑힐 리가 만무하다..) 2020년 상반기 동안 3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평가받으며 난 내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내 지원서나 컨택 메일에는 어느 것 하나 뛰어난 점이 없었다. 회사에서도, 대학원에서도 “꼭 뽑아야 하는 이유”와 나의 모든 것들이 거리가 멀었다. 얼굴에선 땀이 흐르지만 마음은 지독하게 추웠던 상반기였다.

 

 

Part2. 어서와 2021년

Part2.1) 내게 뒤처질 수 있는 행복을 허하라

지옥 같던 상반기를 보내고 나니 한없이 초라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굳이 누가 나를 꾸짖는 것도 아니었지만 스스로가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난 언제부터 이렇게 나 자신에게 쓴소리만 하며 거침없이 자학하는 인간이 된 건지 고민하였다.

“ 너 왜 그렇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거야?”라든지, “왜 그렇게 게으름 피운 거야?”와 같은 채찍질이 좋은 동력이 아님을 배울 수 있었다. 채찍 맞는 말은 오래 달릴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그냥 최대한 즐기기로 했다. 남은 하반기 시간을 나에 대한 탐구에 쏟았다.

나에 대한 탐구를 하는 동안 “무엇”보다 “왜”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도 했다. “나는 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 “나는 대학원은 왜 가고 싶지?” “난 이 분야가 왜 하고 싶지?” 등등 Why에 관한 나름의 답을 정리하고 써 내려가면서 나에 관하여 정의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2020년에 의도치 않게 주어진 나의 많은 시간을 어찌할지 몰라서 당황하며 이것저것 하는 사람이 아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며 삶을 주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결정을 내렸다.

Part 2.2) 인생을 사랑한다면 시간을 아껴 써라, 인생은 시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결국 난 2021년 2월에서야 대학원의 석사과정으로 입학하며 신입생이 되었다. (이제야 뭐든 결정이나서 버킷리스트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대략 4개월의 시간을 나에게 쏟으며 나는 대학원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확실했다. 좋은 학회에 논문을 투고하는 것도 좋고, 더 많은 지식을 쌓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도 나에게 주어진 삶의 자유를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싶다. 중요하고 급하지 않은 일들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나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대학원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조사하고 탐구하여 새로운 방법에 대한 검증까지 마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이와 같은 과정 속에서, 내가 가지는 호기심을 논리적으로 정의하고 해결해가며 남에게 알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Part3. 아무튼 인생은 흘러간다.

“좀처럼 논문이 안 읽히네요..”

대학원에 출근한지 2주일 만에 벌써 논문이 안 읽힌다. 앞으로 연구는 어떤 걸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막막하다. 지난 시간이 힘들었다고, 그리고 그 속에서 나름의 성장을 이뤄냈다고 지금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힘들고, 여전히 모르겠다.

사실 인생이 항상 그런 거 같다. 좀처럼 성적이 잘 나오질 않는다. 좀처럼 영어성적이 오르질 않는다. 좀처럼 공부가 되지 않는다. 좀처럼 취업이 되지 않는다. 이런 답답한 상태가 어쩌면 인생의 기본 모드가 아닌가 싶다. 지난 시간 속에서 내가 고통스러웠던 이유도 이러한 지극히도 자연스러운 인생의 본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환상만 좇다 보니 그리 괴로웠나 싶다.

술술 풀리는 인생은 환상이고 뭐든 턱턱 막히는 인생이 디폴트다. 그러니 이제는 지금 나의 삶이 불안정하고, 뭐 하나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예전처럼 좌절하거나 스스로를 채찍질하진 않을 것이다.

누구나 다 시궁창 같은 현실에 살고 있고 누구나 불안한 미래와 싸우고 있다. 내가 깨달은 건 그러한 현실에서 탈출이 아닌 그 안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인생은 흘러가니까. 2021년에도 내 인생은 흘러간다. 그렇기에 난 내게 주어진 시간을 만끽하고 즐길 생각이다.

 

PS) 그래서 2021년에 이루고 싶은게 뭔지 궁금해 할 이 글을 읽을 독자님들 위해 구체적으로 적어보겠다 🙂 2월말에 쓴 이 목록들은 2022년 1월에 이룬 목표들을 체크하러 돌아오겠다.

  •  ICRA, ACCV 논문 내기
  • 체중 5키로 감량
    •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 들이기
  • 열심히 연애하기
  • 눈뜨자마자 스트레칭 하기
  • 백준 알고리즘 골드 1 까지 가기

PS2) "대학원생때 알았다면 좋았을것들" 이라는 책에서 많은 부분을 참고하여 써보았다. 여러모로 좋은글은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3번 정독한 책이니 혹시나 이 글을 보신 독자분들이 대학원을 고민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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