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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머학원

[대학원 후기] 2. 대학원 생활편 : 2년은 생각보다 짧다.

by 수제햄버거 2023.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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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편 입학 편에 이어서 2편에는 대학원 생활에 관해서 써보자 한다.

프롤로그에서 썼던 것처럼 대학원 생활에서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느낀 점을 써보고자 한다. 대학원 생활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대학원생의 목표가 다 다를 것이고 환경도 다를 것이기에 이 글이 정답이라고 절대절대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는 대학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어떻게 2년의 시간을 보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을지 몰랐고 막막했기에 혹시나 지금 그런 막막함을 경험하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적어본다.

 

바쁘시거나 읽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하여 3줄 요약부터 적어보겠다.

 

  1. 대학원에서 필요한 능력을 딱 하나만 꼽아보라면 그것은 단연컨대 "검색" 능력이다.
  2. 대학원도 작은 "사회"이다. 그리고 대학원생은 대학생이 아니다. (대학원생!= 대학생)
  3. 모든 행동의 주체가 내가 되어야 한다. 즉, 모든 방면에서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스스로 피드백되어야 한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다른 블로그들에서도 사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보들인 듯하다. 이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써보고자 한다.

 

1. 대학원생에게 교수님이 왕이라면, 구글은 신이다.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면 여러 가지 잡무를 하게 되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두 가지이다. 바로 연구와 연애.. 가 아니라 과제이다. 연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본인의 이름을 걸고 연구자로서 논문을 쓴다든지 추후 여러 포지션으로 나아갈 때 하고 싶은 방향과 주제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고, 과제는 나의 월급을 위해 내가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다. 대학교의 과제처럼 수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여러 기업, 연구소에서 우리 연구실에 돈을 주고 연구를 진행시키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과제는 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니 (교수님이 시키면 해야지 뭐 ㅋㅋ) 연구에 대해서 말해보자.

 

세상에 연구주제는 굉장히 많다. 세상 모든 것이 연구주제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내가 공부하는 Computer vision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Computer vision의 세부적 항목에 3D vision이 존재한다. 3D vision에서는 camera를 쓰는지, lidar를 쓰는지와 같이 어떤 sensor을 쓰냐에 따라 세부적인 연구 주제를 또 나눌 수 있다. 그중에 Camera를 쓴다면 그것을 여러 개 (Multi-view)를 한 번에 쓰는지 두 개 (Stereo)만 쓰는지 한 개 (Monocular)만 쓰는지에 따라서 나눌 수 있다. Sensor에 대해 분류를 다 했다면 Monocular camera를 활용해서 어떤 Task를 수행할 건지에 따라 연구 분야를 나눌 수 있다. 2D Image로부터 3D 정보를 얻어내는 3D Vision의 Task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면, 3D 상의 Object(자동차와 같은)의 정보를 구하는 것도 연구 주제이고, 아예 2D Image로부터 3D 정보 중에 가장 핵심적인 정보인 깊이 (Depth)를 추정하는 것도 연구 주제일 수 있다. Computer vision에서 2단계, 혹은 3단계의 분야 좁히기를 실행하고 나면 이제야 그나마 어떤 키워드로 검색을 해야 할지 정해진다.  그러면 이러한 분야 좁히기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학부때와 달리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아주 큰 3D Vision에서 뭐 하는지는 선배나 교수님이 알려줄 수 도 있지만 세세한 분야들 간의 차이와 같은 것들은 본인이 직접 찾아보아야 한다. 즉, 검색해보아야 한다.

 

연구 주제에 큰 틀에 대해 정했다면 (예를 들면 Monocular camera를 이용해서 2D Image의 Depth를 추정(Estimation) 하는 Monocular depth estimation으로 정했다.) 이제 논문을 막 읽어 보게 된다. 근데 처음 논문을 읽으려고 하면 논문 수가 너무 많다.

그냥 구글 학술검색을 통해 검색해 보아도 87,500개의 논문이 나온다. 이 논문을 다 읽다간 논문만 읽어도 2년이 지나가 있을 것이다. 그럼 여기서 나한테 필요한 정보가 뭔지 잘 검색해야 한다. (물론 컴퓨터 비전 분야에선 CVPR, ECCV, ICCV와 같은 보통은 탑급이라고 불리는 컨퍼런스들이 있다. 이 학회들만 잘 따라가도 저렇게 많은 논문에서 거를 필요는 없다.)

 

이제 마지막으로 연구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 분야도 정했고 논문도 찾았다면 논문을 읽다가 문득문득 아이디어가 생각이 날 것이다. 처음 생각난 아이디어는 매번 그럴듯해서 어 이거 논문 될지도?라고 쉽게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이제 이 논문의 아이디어가 진짜 novel 한 것인지? 기존 논문들과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검색해서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검색을 잘한다면 엄청나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미 나와 있는 논문을 못 찾고 어 없네? 하고 신난 마음으로 열심히 실험 돌리고 심지어 잘 안 되어서 고민하는 과정에서 내가 고민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해결해서 출판된 논문을 보게 된다면.. 큰 현자타임을 맞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최적화해야만 2년 안에 논문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논문을 쓰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건 선형대수학에 대한 지식, 뛰어난 논리력보다도 검색 능력이 최우선이다. 이밖에도 과제 진행이나 석사 후 취업에 대해서 알아볼 때 또한 검색이 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2. 월급을 받은 만큼은 일을 해야 한다.

월급받은 만큼 일해야 한다는 말의 뜻은 본인 스스로 기준이 있어야 한다라는 뜻이다. 대학원에 오게 되면 학생도 아닌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내 생활에 간섭하지 않게 되고 정말 하루종일 잠만 자더라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랩바랩으로 출근이 엄격한 경우나 이런 경우도 있지만 내가 다니던 랩은 완전 자율 출퇴근이었기 때문에 생활이 한번 망가지면 다시 돌리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1번에서도 말했지만 대학원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건 넘치는 시간에 대해서 스스로가 얼마나 잘 통제하고 컨트롤해서 효율을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월급을 받았기에 그에 걸맞은 수준의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 완전 자율 출퇴근 이었지만 스스로의 cowork 타임 (10-17)을 정해서 일했었고, 또 과제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연구관련한 목표를 매주 1개씩 세우며 지켜나갔다. 추가적으로 꾸준히 일하는 것도 같은 결의 이야기인 듯하다. 우리 랩실은 하루쯤 아예 출근을 안 하더라도 사실 누구도 뭐라고 안 했다. 그러다 보면 몸이 아프거나 전날 밤을 새워서 피곤하거나 하다 보면 그냥 쉽게 안 나가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쉬웠다. 이러한 상황에도 그냥 꾸준히 랩실에 나가서 오늘치 할 일을 마무리한다고 생각하면서 지냈던 게 큰 도움이 되었었다. 

요약하자면 월급 받는 직장인 처럼 랩실은 매일 가야하고 매일 할 일을 잘 마무리 짓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써놓으니 되게 당연한 이야기들 같지만 실제로 가보면 그렇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3. 중간만 하면 몸은 편할 수 있다. 근데 그럴꺼면 대학원에 안 오면 더 편하다.

보통 군대에서 많이 하는 말이다. 중간만 해라, 너무 잘하면 너가 다 해야 한다. 이렇게들 많이 이야기 한다. 대학원도 사실 같다. 중간만 하면 이상하게 교수님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에겐 일을 덜 시킨다. 열심히 해서 잘 하는 친구들에겐 잘하기 때문에 끊임 없이 일이 추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극한까지 달려보라는 것을 권한다. 

 

나랑 같이 학부를 졸업한 동기들이 나보다 2배가 넘는 연봉을 받으며 회사를 다니는데 그럼 나는 대학원에서 뭘 하는 걸까? 내가 대학원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뭘까? 나는 그게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원 뽕을 뽑기 위해서는 진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봐야한다. 여러 연구분야의 논문을 검색하다가 삽질도 해보고 과제와 연구를 둘 다 얻기 위해서 거북목 2배 이벤트도 해보고 하는 경험들이 사실 나를 강하게 만든다. 실제로 나는 열심히 일하다보니 일에 미쳐서 산 시기가 있었다. 일에 잠겨 살다보니 그냥 성격이 파탄나고 아주 예민해졋어서 아주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 앵간한 일에 화가 안나게 되었다. 즉,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날 더 강하게 할 뿐 이다. 이왕 남들보다 더 긴 시간을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최대한 경험 할 수 있는 건 다 경험해서 빨아먹는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이상으로 내가 생각하는 대학원 생활에서 중요한 키워드들을 적어보았다. 적다 보니 대체 뭔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이러니 논문을 잘 못쓰지..) 데.. 무쪼록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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